수록된 작품들의 내용을 떠나 이건 출판사의 기본적 성의 부족이다. 각 작품들의 기본적 정보도 없이 약자로 처리된 저자이름이나 원문제목조차 없는것은 그렇다쳐도... 이게 과연 정태원이라는 (유명한 것 같은) 사람의 번역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번역체의 어색한 문장, 주어와 서술어의 불일치, 3인칭 서술의 소설에 갑자기 등장하는 나 라는 화자, 특히 압권은 원숭이 손 에서 아들이 아버지의 친구에게 말을 놓는 대목이다. 그 이후로는 다시 말을 높이니 번역하는 사람이 누가 아버지가 누가 아들이고를 헷갈려하는건 아닌지... 헷갈릴 것도 없다. 이건 성의의 문제이다.
수록된 작품들은 무난한 수준이다. 어렸을 때 이미 읽었던 원숭이 손 이나 신호수 같은 작품은 역시 무난한 감동(이 경우 공포가 더 어울리겠지만...)을 주며 살인마 박물관 (원제는 The waxwork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여기에 대한 정보가 없다)이나 마지막 운전 도 꽤 서늘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공포와는 좀 거리가 있지만) H. H. 먼로의 두 작품 샤르츠 메터크룸 교육법 과 열려진 창 에서의 위트가 맘에 든다.
한마디로 번역만큼은 확실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우리 나라와 달리 외국은 공포문학이 뚜렷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많은 작가들이 유령, 수수께끼, 저주, 흡혈귀 등을 소재로 한 좋은 작품을 많이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단편들은 공포와 괴기 환상 소설 분야에서 이미 완전히 고전이 된 작품들이다. 주로 19세기 말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라 지금 보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을 말끔히 씻어줄 작품들만 모았다. 이런 작품들을 기본으로 공포문학이 발달해 왔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이 분야의 뿌리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미 국내에도 텔레비전 시리즈로 등이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공포와 환상에 대한 감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영상과 문학은 엄연히 다르다. 영상이 강요적이라면 문학은 상상의 날개를 마음대로 펼 수 있다.
살인마 박물관 - A.M. 버레이지
원숭이손 - W.W.제이콥스
세 처녀의 탑 - 그랜트 앨런
그들 - 루드야드 키플링
마담 장의 사업 - 빈센트 오설리반
앰워스부인 - E.F. 벤슨
정신병원의 간호사 - 돈 무실로 불명
샤르츠 메터크룸 교육법 - H.H.먼로
수수께끼 카드 - 클리브랜드 모펫
성찬제 - 아나톨 프랑스
마지막 운전 - 칼 자코비
양치기 아들 - A.M.버레이지
관짜는 사람 - 리처드 미들린
목슨의 인형 - 앰브로스 비어스
빌 부인의 유령 - 다니엘 데포
신호수 - 찰스 디킨즈
열려진 창 - 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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